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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eavenlyseed

시를 잊은 성도에게 - 조용한 일 / 김사인

최종 수정일: 2022년 12월 5일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 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있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 김사인, <조용한 일>


살다 보면 그런 때가 있지요. 아무리 몸부림 쳐 봐도 어쩔 수 없어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그런 때 말이예요. 돌아갈 수도 없고 더 나아갈 힘도 없어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같은 때, 있잖아요. 그러니 어쩌겠어요. 그저 가만히 있는 수밖에.


그럴 때 슬며시 곁에 와 그냥 머무는 이가 있지요. 다 아는 체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사람. 곁을 내어주는 사람. 곁이 되어주는 사람. 고맙지요.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거예요. 그 조용한 일. 그 조용한 일상.


목회를 하면서 그런 분들이 고맙더군요. 늘 그 자리에 있어주시는 분. 빈 공간에 앉아 계신 분. 예배 전 일찍 자리에 앉아 침묵으로 공간을 채워주시는 분. 낯선 방문객 곁에 슬그머니 앉아 주시는 분. 곁이 시린 교우들에게 어느새 찾아가 온기가 되어주시는 분.


너희도 가려는냐, 하셨던 주님의 가슴은 얼마나 시렸을까요? “주여 영생의 말씀이 주께 있사오니 우리가 누구에게로 가오리이까” 말만 하고 도망갔던 제자들이 아니라, 십자가 곁에 말없이 있었던 여인들. 실은 이런 것이 참 고마운 일입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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