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안에 발 담그는 것들을
물에 젖게 하는 법이 없다
모난 돌맹이라고
모난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검은 돌맹이라고
검은 파문으로 대답하지 않는다
산이고 구름이고
물가에 늘어선 나무며 나는 새까지
겹쳐서 들어가도
어느 것 하나 상처 입지 않는다
바람은
쉴 새 없이 넘어가는
수면 위의 줄글을 다 읽기는 하는 건지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다
바닥이 깊고도
높다
- 권정우, <저수지>
이번 휴가에 제 고향 제천 방문을 하며 추억의 장소 의림지에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소풍은 언제나 의림지여서 지겹다고 불평도 했지요. 그 때는 몰랐네요. 그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저수지였는지. 다시 이 시가 떠올랐습니다. 저에게 저수지의 넓고 깊은 품을 가르쳐 준 시입니다.
도대체 이런 큰 마음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 걸까요? 모난 것도 검은 것도 모나거나 검은 파문으로 답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부드럽고 여전히 맑습니다. 아무리 큰 것이라도, 아무리 날카로운 것이라도, 수없이 겹쳐 들어와도, 어떤 것에도 상처입지 않아요.
작은 돌멩이 하나도 품지 못하는 나의 작음을 한탄합니다. 하늘은커녕 조각구름 하나도 감당 못하는 나의 얕음을 부끄러워합니다. 세상 모든 죄인 다 품어도 여전한 고요에 발을 담급니다. 하늘이 들어와도 넘치지 않는 은혜라는 이름의 저수지.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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