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https://www.sedaily.com/NewsVIew/1S5XPVO5L9
나주 들판에서
정말 소가 웃더라니까
꽃이 소를 웃긴 것이지
풀을 뜯는
소의 발밑에서
마침 꽃이 핀 거야
소는 간지러웠던 것이지
그것만이 아니라,
피는 꽃이 소를 살짝 들어 올린 거야
그래서,
소가 꽃 위에 잠깐 뜬 셈이지
하마터면,
소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뻔한 것이지
윤희상, <소를 웃긴 꽃>
말 그대로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네요. 꽃이 소를 웃기다니, 그것도 꽃이 소 발바닥을 간질여서 웃게 한다니, 정말 웃기는 시인 아닌가요? 그런데 시인 덕분에 힘없어 보이는 들꽃의 존재감이 확연히 드러나네요. 작고 약한 들꽃이 소를 웃기고 심지어 들어 올리기까지 합니다. 확 밟아버려도 그만일 들꽃 하나, 행여 다칠까 기우뚱 발을 드는 소는 또 얼마나 고마운지.
힘의 논리가 뒤집어지는 세계를 보는 일은 얼마나 흥분되는 일인가요. 힘센 이들의 중심을 잃게 만들려고 힘없는 이들을 사용하시는 하나님의 유머는 얼마나 유쾌한가요. 그러고 보니 시인이 보았던 ‘나주 들판’은 선지자 이사야가 보았던 그 나라 아니었을까요? 사자와 어린 양이 함께 놀며, 젖 먹는 아이가 굴 속의 독사를 간지럽혀도 괜찮은 그 세상.
소를 웃기는 작은 들풀같은 사람들, 그런 ‘웃기는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고전1:27b).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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