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벼우네.
당신의 손이 나를 짚어보네.
흐린 구름 앉아있는
이마의 구석 구석과
안개 뭉게뭉게 흐르는
가슴의 잿빛 사슬들과
언제나 어둠의 젖꼭지 빨아대는
입술의 검은 온도를.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볍지만
당신의 손은 산맥처럼 무거우네.
당신의 손은 겨울처럼 차겁지만
당신의 손은 여름처럼 뜨거우네.
당신의 손이 길을 만지니
누워있는 길이 일어서는 길이 되네.
당신이 슬픔의 살을 만지니
머뭇대는 슬픔의 살이 기쁨의 살이 되네.
아, 당신이 죽음을 만지니
천지에 일어서는 뿌리들의 뼈.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물결처럼 가벼운 손을 내미네
산맥처럼 무거운 손을 내미네.
- 강은교, <당신의 손>
부활절에 다시 이 시를 떠올립니다. 흙으로 사람을 정성껏 빚으셨던 손이었습니다. 그 손으로 아픈 자 어루만지시고, 흐르는 눈물 닦아 주시고, 쓰러진 자 일으켜 세워 주셨겠죠. 아, 그 손으로 땅바닥에 뭔가를 쓰기도 하셨고요. 그만하면 충분하셨을 텐데 아예 그 손, 십자가에 내어 주십니다.
구멍 난 그 손! 부활하신 주께서 다시 내게 손을 내미십니다. 그 손 닿는 곳마다 누워 있는 길이 일어서고 슬픔의 살이 기쁨의 살이 됩니다. “아, 당신이 죽음을 만지니/ 천지에 일어서는 뿌리들의 뼈.”
부활의 손으로 온 천지 가득한 죽음을 만져 주시기를, 제주와 세월호와 미얀마의 죽음에 당신 손의 온기가 닿기를, 코로나로 죽어간 이들이 머물던 자리마다 손 짚어 주시기를, 오늘도 지쳐 늘어뜨린 우리 모두의 손 부활의 손으로 잡아 이끌어 주시기를, 빌고 또 빌며 부르는 오늘의 찬송.
“네가 부활의 주 따라 가려면 그 손 못 자국 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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