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발을 쥐고 발톱 깎아드린다
일흔다섯 해 전에 불었던 된바람은
내 어머니의 첫 울음소리 기억하리라
이웃집에서도 들었다는 뜨거운 울음소리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한 적이 있었단 말인가
뼈마디를 덮은 살가죽
쪼글쪼글하기가 가뭄못자리 같다
굳은살이 덮인 발바닥
딱딱하기가 거북이 등 같다
발톱 깎을 힘이 없는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린다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어느 날부터 말을 잃어버린 어머니
고개를 끄덕이다 내 머리카락을 만진다
나 역시 말을 잃고 가만히 있으니
한쪽 팔로 내 머리를 감싸 안는다
맞닿은 창문이
온몸 흔들며 몸부림치는 날
어머니에게 안기어
일흔다섯 해 동안의 된바람 소리 듣는다.
- 이승하,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며>
그러고보니 어머니 손은 잡아드렸어도 발을 잡아드린 적이 없네요. 아들에게 발톱 깎아 달라 발을 내밀 정도면 그만큼 힘이 없으신 것이겠죠. 어쩌면 늙은 어머니의 발톱은 자식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 아닐까요? 어머니의 ‘가뭄 못자리’같은 발을 잡고 발톱을 깎다 문득 알게 됩니다. 이 발로 아장아장 걸음마를 하던 때가 있었다는 걸. 이 발로 폴짝폴짝 고무줄놀이를 하던 때가 있었다는 걸. 어릴 적 어머니께서 아들에게 하시던 그 말씀을 이제는 아들이 어머니께 하고 있네요. 가만히 계셔요 어머니. 잘못하면 다쳐요.
시를 읽으며 두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시인의 어머니 연세와 비슷한 제 육신의 어머니. 그리고 교회 나의 어머니. 믿음을 갖던 첫 날부터 교회는 저에게 어머니 같은 존재였습니다. 십자가상의 예수께서 제자에게 어머니를 부탁한 말씀은 ‘교회를 부탁한다’는 말씀으로 들렸고요. 조심조심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려야겠습니다. 보기 좀 흉하더라도. 비록 딱딱하고 거칠어도. 누가 뭐래도. 내 어머니의 발톱이니까.
(손태환 목사)
사진 출처: https://bit.ly/3xWJn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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