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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eavenlyseed

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 는 그의 목소리가 심장에 꽂힐 때 

오래된 사원 뒤뜰에서

웃어요! 하며 숲을 배경으로

순간을 새기고 있을 때

나무는 나이를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도 어른이며

아직 어려도 그대로 푸르른 희망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그냥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무엇보다 내년에 더욱 울창해지기로 했다.


  • 문정희, <나무학교>


‘나이를 먹는다’는 말, 참 재미있지요? 한 살을 더 ‘먹다’니, 나이가 미역국도 아닌데. 나이는 겉에 새기는 것이 아니라 속을 채우는 일이라는 걸 우리 선조들은 알았던 것일까요? 나이를 잘 ‘먹은’ 이의 어른됨은 근엄한 표정과 늘어난 주름이 아니라 내면의 깊음 속에서 드러난다는 것을 말입니다. 


시인도 알았나 봅니다.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합니다. 세월을 겉으로 내색하거나 뻐기지 않고 속에다 새겨 넣은 나무에게서 참 어른을 봅니다. 정재찬 교수의 말처럼 “늙음은 젊음을 나이테처럼 감싸 안고 더욱 크고 푸르른 나무가 되어 쉴만한 그늘을 드리우는 일입니다”(<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것들>, p.198) 


2024년이라는 한 해를 속에다 잘 새기면 좋겠습니다.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웃어요!’ 외치던 순간을, 불안 속에 드렸던 그 간절한 기도를, 우리의 약함과 악함을 돌아보았던 그 참회를,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했던 영원의 빛을, 부디 속에다 오롯이 새기면 참 좋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나이 뿐 아니라 영원을 속에다 새겨 넣는 사람들이니까.


더 푸르고 깊어질 2025년의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한 해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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