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리운 나무 십자가 /함민복
- heavenlyseed
- 4월 12일
- 1분 분량
하나님 말씀 듣는
안테나가 모조리 붉다
첫째날 나눈 낮과 밤
지켰으면 좋겠는데
부엉이들 앉아
야광 눈들 모여
부흥 부흥
밤새 부흥회라도 열었으면 좋겠는데
못도 박을 수 없는
네온사인이니
예수님 피 흘려도 보이지 않을
네온사인이니
빛으로 거기 항상 있지 않고
보고 싶은 마음에 보여
무거운 죄
메주 덩어리처럼 매달 수도 있게
새똥 덕지덕지
나무였으면
비바람에 썩는
나무였으면
함민복, <그리운 나무 십자가>
서울의 밤하늘을 붉게 물들인 네온 십자가.
못도 박을 수 없고 예수님 피 흘려도 보이지 않고
무거운 죄는커녕 메주 덩어리도 달지 못할 미끈한 십자가.
혹 내가 지려는 십자가 아닌지, 우리 교회의 십자가 아닐런지.
그리운 나무 십자가.
공장에서 찍어낸 십자가 말고
저 멀리 높은 예배당 위 나와 무관한 십자가 말고
나와 함께, 이웃과 함께, 우리 곁의 십자가.
"교회는 멍들고 상처받고 더러워져야 한다”
프란체스코 교황의 말을 떠올리며,
다시금 내 십자가를 위한 간절한 기도.
새똥 덕지덕지 나무이기를,
비바람에 썩는 나무이기를.
선홍빛 핏물 든 나무이기를.
그리운 나무 십자가.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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