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눈물을 구울 줄 아는군
눈물로 따끈따끈한 빵을 만들 줄 아는군
오늘도 한강에서는
사람들이 그물로 물을 길어 올리는데
그 물을 먹어도 내 병은 영영 낫지 않는데
당신은 눈물에 설탕도 조금은 넣을 줄 아는군
눈물의 깊이도 잴 줄 아는군
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아는군
- 정호승, <국화빵을 굽는 사내>
시인은 언제나 언어의 반전을 꿈꿉니다. 사전 속에 묶여 있는 단어들을 해방시키는 이들이 곧 시인들이지요. 김영하 작가는 <살인자의 기억법>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시인은 숙련된 킬러처럼 언어를 포착하고 그것을 끝내 살해하는 존재다.” 생각해 보세요. 국화빵을 굽는 남성을 보며 “당신은 국화빵을 굽는 줄 아는군”이라고 얼마나 재미 없겠어요.
시인은 추운 겨울 거리에서 빵을 굽고 있는 중년 사내의 눈물을 봅니다. 눈물에 설탕도 조금은 넣을 줄 알고, 눈물의 깊이도 잴 줄 알며, 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아는 그 사내의 속 깊은 고뇌를 봅니다. 단어 하나를 바꾸니 그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뀝니다.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게 하려는 시인의 전략에 우리는 기꺼이 마음을 내어줍니다.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일상의 익숙한 것들에서 하늘의 풍요를 발견하는 눈입니다. 국화빵에서 이웃의 눈물을 보는 따뜻한 시선입니다. 이번 신년부흥회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눈으로 노동(일)에 대해, 여성의 일상에 대해 바라보게 되었고, 일상 순례자로서 떠남과 따름의 길에 함께하자는 주님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익숙한 것들이 조금 낯설게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머잖아 구운 눈물을 뒤집을 줄도 알게 될 겁니다. 그 순례길 떠나는 여러분 모두에게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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