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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heavenlyseed

변비

변비



주님,

지금 저는 고통스러운 변비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변비 때문에 너무 힘들어

땀나도록 온 힘을 써야 했고,

똥을 참는 시간이 길수록

변비의 고통은 더 심해집니다.

어제는 사흘 만에 겨우 변을 볼 수 있었지만

밤새 고생하며 잠을 못 잤고,

지금도 여전히 불편합니다.

이 통증을 정말 참기 어렵습니다.

제발 저를 도우소서.


- 출처: <프로테스탄트의 기도> 마르틴 루터 지음, 최주훈 엮고 옮김


종교개혁주일을 맞이하여 마르틴 루터의 기도를 소개합니다. 웃긴데 너무 진지해서 웃기가 미안한 기도문이지요? 변비로 온 힘을 쓰다가 신음하며 ‘주여’를 외쳐 본 사람들이야 있겠지만, 이렇게 적나라하게 기도해 본 적은 아마 없을 겁니다. 변비로 고생하는 친구에게 이 기도문을 알려줬더니 너무 공감이 간다며 고마워하더군요.


이 기도문을 소개하는 책 <프로테스탄트의 기도>에 의하면, 루터는 아우구스티누스 수도사 생활을 하며 엄격한 기도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부터 ‘과연 내 기도의 양과 횟수가 구원받을 만큼 충분한 것인가?’ 하는 불안감에 시달렸다고 합니다. 루터는 1520년 “이러한 기도는 복음의 자유와 아무런 상관이 없음”을 깨닫고 그의 영혼을 옭아매는 족쇄로써의 기도로부터 자유롭게 됩니다. 물론 그후에도 루터는 늘 기도의 사람이었으나, 그의 기도는 하나님과의 화해를 경험하는 은혜의 도구가 됩니다.


변비도 기도의 언어가 될 수 있다면, 우리 일상에서 기도 제목으로 삼지 못할 것은 아무 것도 없겠지요. 우리에게 찾아온 새로운 일상을 불안과 불평의 언어에서 정직하고 담백한 기도의 언어로 바꾸어 보면 어떨까요? ZOOM,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온라인 예배, 카톡, 어깨 결림… 이와 같은 것들에 대한 우리만의 ‘프로테스탄트의 기도’를 만들어 보는 겁니다. 갑자기 기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으시나요?


(손태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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