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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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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산문시 1/ 신동엽
일러스트레이션/ 한주연 이미지 출처: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40518.html 스칸디나비아라든가 뭐라구 하는 고장에서는 아름다운 석양 대통령이라고 하는 직업을 가진 아저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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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9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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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11월/ 나희덕
바람은 마지막 잎새마저 뜯어 달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남겨진 자비에 대하여 나무는 눈물 흘리며 감사한다 길가의 풀들을 더럽히며 빗줄기가 지나간다 희미한 햇살이라도 잠시 들면 거리마다 풀들이 상처를 널어 말리고 있다 낮도 저녁도 아닌 시간에, 가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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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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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리 동네 목사님 /기형도
읍내에서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그는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보고 있었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있었다. 교인들은 교회당 꽃밭을 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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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26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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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리들의 어린 王子(왕자)/ 오규원
뒷집 타일 工場(공장)의 경식이에게 동그라미를 그려 보였더니 동그라미라 하고 연탄장수 金老人(김노인)의 손주 명하는 쓰레기를 쓰레기라 하고 K식품 회사 손계장의 딸 연희는 빵을 보고 빵이라 하고 연희 동생 연주는 돼지 새끼를 보고 돼지 새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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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9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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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어느 늦은 저녁 나는 /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 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때 알았다 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 지금도 영원히 지나가버리고 있다고 밥을 먹어야지 나는 밥을 먹었다 한강, <어느 늦은 저녁 나는> 지난 주 노벨 문학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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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12일1분 분량
조회수 73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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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예언자 / 김주련
이런 빌어먹을 새벽부터 가늘게 뜬 눈으로 고운 햇살을 빌어오고 어제는 밤늦도록 톡톡 머리맡에 떨어지는 위로를 다 받아 발끝까지 데웠지 한때는 큰맘 먹고 빌어먹지 않겠다고 이 악물고 뛰었고 이러저리 힘차게 펄럭이다가 손에 쥔 것은 지나가는 바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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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5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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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해질녘의 노래 / 나희덕
아직은 문을 닫지 마셔요 햇빛이 반짝거려야 할 시간은 조금 더 남아있구요 새들에게는 못다 부른 노래가 있다고 해요 저 궁창에는 내려야 할 소나기가 떠다니고요 우리의 발자국을 기다리는 길들이 저 멀리서 흘러오네요 저뭇한 창밖을 보셔요 혹시 당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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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8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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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해인
"하늘에도 연못이 있네" 소리치다 깨어난 아침 창문을 열고 다시 올려다 본 하늘 꿈에 본 하늘이 하도 반가워 나는 그만 그 하늘에 푹 빠지고 말았네 내 몸에 내 혼에 푸른 물이 깊이 들어 이제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이해인,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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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21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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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處女)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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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9월 6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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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 이윤설
내 가슴에서 지옥을 꺼내고 보니 네모난 작은 새장이어서 나는 앞발로 툭툭 쳐보며 굴러보며 베란다 철창에 쪼그려 앉아 햇빛을 쪼이는데 지옥은 참 작기도 하구나 (중략) 평생을 소리없이 지옥의 내장 하나를 만들고. 그것을 꺼내어보는 일 앞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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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31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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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안개꽃/ 복효근
꽃이라면 안개꽃이고 싶다 장미의 한복판에 부서지는 햇빛이기보다는 그 아름다움을 거드는 안개이고 싶다 나로 하여 네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네 몫의 축복 뒤에서 나는 안개처럼 스러지는 다만 너의 배경이어도 좋다 마침내 너로 하여 나조차 향기로울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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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20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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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아름다운 비명/ 박선희
바닷가에 앉아서 파도소리에만 귀 기울여 본 사람은 안다 한 번도 같은 소리 아니라는 거 그저 몸 뒤척이는 소리 아니라는 거 바다의 절체절명, 그 처절한 비명이 파도소리라는 거 깊은 물은 소리 내지 않는다고 야멸치게 말하는 사람아 생의 바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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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16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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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글러브 / 오은
너를 깊숙이 끼고 생을 방어한다 내 심장을 관통하고 다음 타자를 쑤시기 위해 떠났던 한 톨 낟알의 아픔이 덕지덕지 덩이져 거대한 부메랑 되어 날아온단다 전속력으로 나를 찾아든단다 쳐 내지 못했으면 받아야 한다 피 묻은 혓바닥을 할딱거리며 돌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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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 3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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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용접/ 주강홍
상처에 상처를 덧씌우는 일이다 감당하지 못하는 뜨거움을 견뎌야 하는 일이다 한쪽을 허물고 다른 한쪽을 받아들여야 할 일이다 애써 보지 말아야 할 일이다 처절한 비명 참아야 할 일이다 그리하여 끊어진 한쪽을 찾아야 할 일이다 이질이며 동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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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7일1분 분량
조회수 7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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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눈 / 천양희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어둠 속을 더 잘 보려고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보아버렸는가 사는 것에 대해서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사람인 것에 대하여 말하려다 눈을 감는다 눈은 얼마나 많이 잘못 보아버렸는가 천양희, <눈>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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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20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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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식사법/ 김경미
콩나물처럼 끝까지 익힌 마음일 것 쌀알빛 고요 한 톨도 흘리지 말 것 인내 속 아무 설탕의 경지 없어도 묵묵히 다 먹을 것 고통, 식빵처럼 가장자리 떼어버리지 말 것 성실의 딱 한 가지 반찬만일 것 새삼 괜한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제명에나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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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3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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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곡선의 힘/ 서안나
남한산성을 내려오다 곡선으로 휘어진 길을 만난다 차가 커브를 도는 동안 세상이 한쪽으로 허물어지고 풍경도 중심을 놓아버린다 나는 나에게서 한참 멀어져 있다 나는 곡선과 격렬하게 싸운다 나를 붙잡으려 내가 쏟아진다 커브길을 돌아 나에게 되돌아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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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6일1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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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졸업 / 김사인
선생님 저는 작은 지팡이 하나 구해서 호그와트로 갈까 해요. 아 좋은 생각, 그것도 좋겠구나. 서울역 플랫폼 3과 1/4번 홈에서 옛 기차를 타렴. 가방에는 장난감과 잠옷과 시집을 담고 부지런한 부엉이와 안짱다리 고양이를 데리고 호그와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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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9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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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호모 루아/ 나희덕
호모 루아* / 나희덕 호모 파베르이기 전에 호모 루아, 입김을 가진 인간 라스코 동굴이 폐쇄된 것은 사람들이 내뿜은 입김 때문이었다고 해요 부드러운 입김 속에 얼마나 많은 미생물과 세균과 독소가 들어 있는지 거대한 석벽도 버텨낼 수 없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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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2일2분 분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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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딱 반걸음씩 / 유미희
바닷물은 아무리 마음 급해도 뛰어가지 않는다. 한걸음 앞으로 내딛을 때마다 뒤로 반걸음씩 물러나 생각하다 다시 앞으로 간다. 한 걸음 한 걸음 앞만 보고 가서 갯바위 따개비 잘 크는지 들여다보고 종수네 고깃배 수평선까지 밀어다 준다. 유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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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15일1분 분량
조회수 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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