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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환 목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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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당신의 손/ 강은교
당신이 내게 손을 내미네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가벼우네. 당신의 손이 나를 짚어보네. 흐린 구름 앉아있는 이마의 구석 구석과 안개 뭉게뭉게 흐르는 가슴의 잿빛 사슬들과 언제나 어둠의 젖꼭지 빨아대는 입술의 검은 온도를. 당신의 손은 물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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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1분 분량
조회수 2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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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리운 나무 십자가 /함민복
하나님 말씀 듣는 안테나가 모조리 붉다 첫째날 나눈 낮과 밤 지켰으면 좋겠는데 부엉이들 앉아 야광 눈들 모여 부흥 부흥 밤새 부흥회라도 열었으면 좋겠는데 못도 박을 수 없는 네온사인이니 예수님 피 흘려도 보이지 않을 네온사인이니 빛으로 거기 항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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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1분 분량
조회수 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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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빚은 빛이다 / 나희덕
아무도 따 가지 않은 꽃 사과야, 너도 나처럼 빚 갚으며 살고 있구나. 햇살과 바람에 붉은 살 도로 내주며 겨우내 시들어 가는구나. 월급 타서 빚 갚고 퇴직금 타서 빚 갚고 그러고도 빚이 남아 있다는 게 오늘은 웬일인지 마음 놓인다. 빚도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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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5일2분 분량
조회수 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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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그를 깁다 / 김희라
남편의 방한복을 손질한다. 지퍼를 올리려니 꼼짝 않는다. 그가 걸어온 길이 지진으로 찢어진 도로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봉합되지 않는다. 녹슬어 이가 빠진 지퍼 혹한의 거리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어금니가 뽑히는 것도 참아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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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2분 분량
조회수 5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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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빛멍 / 이해미
돌이켜보아도 무례한 빛이었다. 최선을 다해 빛에 얻어맞고 비틀거리며 돌아오는 길이었다. 응고되지 않는 말들, 왜 찬란한 자리마다 구석들이 생겨나는가. 너무 깊은 고백은 테두리가 불안한 웅덩이를 남기고. 넘치는 빛들이 누르고 가는 진한 발자국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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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2일1분 분량
조회수 5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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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괜찮아 / 한강
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 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 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 아파서도 아니고 아무 이유도 없이 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 거품 같은 아이가 꺼져 버릴까봐 나는 두 팔로 껴안고 집 안을 수없이 돌며 물었다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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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5일1분 분량
조회수 6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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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동질(同質) / 조은
이른 아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나지금입사시험보러가잘보라고해줘너의그말이꼭필요해 모르는 사람이다 다시 봐도 모르는 사람이다 메시지를 삭제하려는 순간 지하철 안에서 전화기를 생명처럼 잡고 있는 절박한 젊은이가 보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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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8일1분 분량
조회수 6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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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병원 / 윤동주
살구나무 그늘로 얼굴을 가리고, 병원 뒤뜰에 누워, 젊은 여자가 흰 옷 아래로 하얀 다리를 드러내 놓고 일광욕을 한다. 한나절이 기울도록 가슴을 앓는다는 이 여자를 찾아오는 이, 나비 한 마리도 없다. 슬프지도 않은 살구나무 가지에는 바람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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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2분 분량
조회수 5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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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육순의 문턱에서 / 문종수
아주 낯선 처음 찾아온 손님같이 육순이 문지방을 넘어섭니다 어쩐다 허나 얼른 마음 고쳐먹고 중얼거리듯 말합니다 “어서 오시게나 오실 줄 알았네” 문종수, <육순의 문턱에서> 나이에 관한 시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김광석의 <서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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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일1분 분량
조회수 7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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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 나희덕
우리 집에 놀러와. 목련 그늘이 좋아. 꽃 지기 전에 놀러와. 봄날 나지막한 목소리로 전화하던 그에게 나는 끝내 놀러가지 못했다. 해 저문 겨울날 너무 늦게 그에게 놀러 간다. 나 왔어. 문을 열고 들어서면 그는 못 들은 척 나오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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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5일1분 분량
조회수 10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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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봬요 / 숙희
내일 봬요 그래요 내일 봬요를 처리하지 못해 그냥 평범한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서 내일 뵈요 라고 썼다가 그건 또 영 내키지가 않아 그럼 내일 뵐게요 라고 적어보니 다소 건방진 듯해서 이내 그때 뵙겠습니다 라고 고치자 너무 거리를 두는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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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2분 분량
조회수 7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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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겨울산에 가면 / 나희덕
겨울 산에 가면 밑둥만 남은 채 눈을 맞는 나무들이 있다 쌓인 눈을 손으로 헤쳐내면 드러난 나이테가 나를 보고 있다 들여다볼수록 비범하게 생긴 넓은 이마와 도타운 귀, 그 위로 오르는 외길이 보인다 그새 쌓인 눈을 다시 쓸어내리면 거무스레 습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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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일1분 분량
조회수 7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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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부부 /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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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8일1분 분량
조회수 8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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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오만 원 / 윤중목
오랜만에 서울 올라와 만난 친구가 이거 한번 읽어보라며 옆구리에 푹 찔러준 책. 헤어져 내려가는 고속버스 밤차 안에서 앞뒤로 뒤적뒤적 넘겨 보다 발견한, 책갈피에 끼워져 있는 구깃한 편지봉투 하나. 그 속에 빳빳한 만 원짜리 신권 다섯 장. 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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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1분 분량
조회수 6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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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진정한 여행 / 나짐 히크메트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쓰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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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4일1분 분량
조회수 11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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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나무학교/ 문정희
나이에 관한 한 나무에게 배우기로 했다. 해마다 어김없이 늘어가는 나이 너무 쉬운 더하기는 그만두고 나무처럼 속에다 새기기로 했다. 늘 푸른 나무 사이를 걷다가 문득 가지 하나가 어깨를 건드릴 때 가을이 슬쩍 노란 손을 얹어 놓을 때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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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8일1분 분량
조회수 12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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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크리스마스의 과업 / 하워드 서먼
“천사들의 노래가 조용해질 때 하늘의 별들이 사라졌을 때, 왕들과 왕자들이 편안히 머무를 때, 목동들이 그들의 양떼에게로 돌아갔을 때, 크리스마스의 과업은 시작됩니다. 잃어버린 사람들을 찾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고치며 굶주린 사람들을 먹이고 옥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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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1일1분 분량
조회수 5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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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여인숙 / 잘랄루딘 루미
인간이란 존재는 여인숙과 같다. 매일 아침 새로운 손님이 도착한다 기쁨, 절망, 슬픔 그리고 짧은 순간의 깨달음 등이 예기치 않은 방문객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환영하고 맞아들이라 설령 그들이 슬픔의 군중이어서 그대의 집을 난폭하게 어지럽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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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30일1분 분량
조회수 130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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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정작 감사한 것들 / 차진배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코끝에 와 닿아 있다 때문에 우리는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살결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싱싱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감사한 것은 이미 발 밑에 와 닿아 있었다 때문에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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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3일1분 분량
조회수 87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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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성도에게 - 엄숙한 시간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에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웃고 있다 밤에 이유 없이 웃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웃고 있다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걷고 있다 세상에서 정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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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6일1분 분량
조회수 14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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